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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퇴사Career Log 2023. 1. 29. 16:42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부터 다니던 내 첫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처음 정규직이 되었을 때는 일도 처음 배우는 것이라 낯설었고, 학교 막학기와 겹쳐서 업무시간 중간중간 수업도 들었어야 했고, 또 주말이나 퇴근후에는 과제나 졸업논문도 해야해서 굉장히 바빴다. 그러다가 학기가 끝나면서부터는 퇴근하면 달리 해야할 일 없이 쉴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여유로워진 생활을 그저 즐겼다. Fitness도 등록해보고 첼로도 배워보고 그랬다. 그러다가 졸업전에 지도교수님과 상담을 한번 해야해서 별 생각없이 상담신청을 했다. 메일로 상담완료처리만 부탁드려도 되긴 하지만, 좋아했던 교수님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인사는 드리고 싶어서 실제 상담을 하는것으로 했다.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지도교수님은 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내가 오디오AI분야를 좋아했다는 것도 알고계셨다. 나는 취업을 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고 어떤일을 하고있다 말씀을 드리자 교수님은 내가 아직 젊고 좋아하는 분야가 있는데, 그 분야에 마음껏 빠져볼 수 있는건 나이가 들수록 힘들다, 특히나 취업해서 돈버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지면 점점 더 커리어를 틀기 힘들어진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국내에 이 분야로 유명하신 교수님들이나 박사님을 소개해 주셨고 내가 덕업일치를 해볼 수 있는쪽으로 커리어를 바꿔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너무나 고마운 상담이었다.
이 상담 이후로 내 커리어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취업이 될때도 내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기보다 얼떨결에 오퍼를 받았고 당장 일이 재밌고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Accept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내 미래 모습이라던지 커리어를 생각해보니 대학교 3학년때부터 해외취업을 하고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었고, 회사에서하는 일반적인 개발업무도 좋아하기는 했지만 남들은 그다지 관심가지지 않는 오디오AI부분을 나는 유독 더 좋아하기도 했다는 이 두가지가 크게 생각났다. 졸업식 쯔음까지 이런 생각을 한 끝에 결국 해외로 대학원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교환학생갈때 썻던 토플은 유효기간이 끝나버려서 우선은 영어점수를 다시 따놔야겠다 생각을 했고, 한 달 뒤에 있는 시험으로 일단 신청을 했다. 그리고 한달간 집근처 독서실을 끊어 퇴근후나 주말에는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독서실에서 할 수 없는 Speaking/Writing 영역은 집에서 나 혼자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고, Grammerly로 이상한거 없나 체크해보고 그랬다. 그렇게 한달 뒤 시험을 보고 그때부터는 대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밑도끝도없이 phd를 해보기보다는 우선은 대학원 공부를 얕게나마 경험해보고 싶었기에 master's course을 찾아봤고 (사실 제대로된 연구경험도 없고 GRE도 안봐서 phd를 원했어도 바로 입학 못했을 것 같기는 하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코스여야 했고, 내가 번 돈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낼 수 있어야 했으며, 오디오AI분야를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서칭을 했었다. 학비 때문에 미국이나 호주에 석사과정은 못가겠다 싶었고, 오디오AI로 분야를 좁히니 조건에 맞는 course가 하나 있었다.
Barcelona에 UPF(Pompeu Fabra University)라는 대학에 MTG(Music Technology Group)이라는 연구그룹에서 하는 sound and music computing이라는 석사과정이었고, 관심있던 학회(ISMIR)에 등록도 되어있던 곳이라 여기에 지원해야겠다 생각했다. Academic Reference가 한장 필요해서 나에게 상담해주셨던 학부 지도교수님께 연락을 드리니 정말 감사하게도 너무나 흔쾌히 써주겠다고 하셨고, 지원을 하니 5월인가 6월쯤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MTG - Music Technology Group
Freesound Freesound aims to create a huge collaborative database of audio snippets, samples, recordings, and all sorts of bleeps, ... released under Creative Commons licenses that allow their reuse Website
www.upf.edu
합격을 하고 바로 다음날 대학원에 가야해서 조만간 그만두어야 한다고 회사에 말을 했다. 9월이 학기 시작이긴 했지만 8월쯤 미리 가있어야 겠다고 생각했고, 인수인계나 남은 휴가일 수를 고려해서 7월 말을 공식 퇴사일로 잡았다. 사실 회사생활이 재미없던것도 전혀 아니였고 사람들 한명한명도 인간적으로 너무 좋았었기에, 회사를 그만둔다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컸다. 또 졸업도 하기전인 나에게 좋은 조건의 자리를 줬던 회사이기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
팀분들은 평소에도 나에게 정말 형누나처럼 좋은 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알려주고 사주기도 하고, 매일 아침에 데리고나와서 커피도 사주고 시시콜콜 재밌는 얘기도 하고, 같은 업무하는 분이 아닌데도 물어보기만 하면 업무를 정말 친절하게 알려줬고, 내가 신기해하는 분야가 있으면 그 쪽 일을 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어떤 일이건 사람스트레스가 가장 힘든 것이라고 하는데 거기는 정말 그런 스트레스가 0에 수렴했었다. 내가 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축하해주시는 동시에 많이 아쉬워하기도 하셨고, 퇴사일까지 정말 재미있게 놀아주시고 젊을 때 많이 놀고 경험하고 오라며 진심어린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마지막까지도 너무 좋은 분들 이었기에 퇴사하는 날은 정말 많이 슬펐다.
참 이렇게 돌아보니 주위에 고마운 사람 좋은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22년 7월, 나는 그렇게 1년쯤 다닌 내 첫번째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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